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컴파운드와 자동차붓펜을 알게 되다

카테고리 없음

by 좋은경험연구소장 2024. 7. 19. 14:25

본문

완도항에 도착해 배에서 차를 타고 내렸다. 어디로 갈 지 정하지 않아서 여객터미널을 나가기 전에 잠시 한 쪽에 차를 댔다. 그러다 일단 움직이기로 하고 차를 뒤로 빼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사람이 지나가는 바람에 멈췄다가 다시 후진을 하는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났다. 차를 멈추고 내려보니 차 뒤에 낮은 바리케이트가 있었고 그것을 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자세히 보니 차 범퍼에 스크래치가 조금 나 있었고, 그 윗부분에는 홈이 패이고 노랗게 페인트 자국이 묻은 것이 보였다. 내 차를 사고낼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이렇게 어이없게 사고가 나다니... 그것도 출고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에 손상이 간 것을 보니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파손 부위가 크지는 않았다. 다만 새 차에 흠집이 난 게 내게 너무 크게 느껴져 한숨만 나왔다. 그러다 정신을 붙잡고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하다가 먼저 보험사에 연락을 했다. 사고를 접수한 후 담당자와 연락을 했는데 그쪽에서는 일단 정비업체에 가서 견적을 내보라고 했다. 그리고 수리를 하는 게 나을지 판단한 후 보험처리도 생각해보면 된다고 했다.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않아서 차를 구입했던 지점의 지점장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내 얘기를 듣더니 그 정도 파손은 직접 물품을 구입해서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페인트 묻은 부분은 컴파운드라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흠집이 난 부분은 색을 칠하면 된다고 했다. 일단 거기까지 듣고 한번 알아보겠다고 하고 통화를 마쳤다. 색을 칠하면 된다는 것의 제품명은 찾아보니 자동차붓펜이었다. 

 

이렇게 해서 자동차 수리의 세계에 들어오게 되었다. 물론 이건 간단한 것일 수 있지만 차에 흠집 같은 파손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일단 근처에 있는 다이소를 찾았다. 여기에는 웬만한 것은 다 있으니 이번 수리에 필요한 제품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보니 둘 중 하나가 있었고, 그건 컴파운드였다.

 

그때까지 컴파운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었는데 , 제품 설명을 읽어보니 자동차의 잔기스을 없애거나 페인트 같은 게 묻었을 때 지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제품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었는데, 이전 통화에서 소프트한 컴파운드가 더 좋을 거라는 얘기를 들어서 소프트 컴파운드라고 적혀 있는 제품을 선택했다.

 

컴파운드

 

그것을 사가지고 같이 구입한 스펀지에 묻혀 차에 페인트 묻은 부분을 닦아내보았다. 컴파운드 액체가 묽어서 그런지 쉽게 지워지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계속 문지르다 보니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잘 지워지지 않은 부분이 약간 남았는데 괜히 세게 문지르다가 멀쩡한 부분까지 손상을 줄까봐 거기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페인트 묻은 부분은 잘 제거된 편이었다.

 

흠집난 부분도 한번 컴파운드로 문질러보았는데, 이게 기스 정도가 아니라 도장이 벗겨져 철판까지 드러난 상태여서 컴파운드로는 복구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오히려 파손 부위가 넓어질 것 같아 잠깐 문질러보고 그만두었다.

 

참고로 다이소에서 구입한 소프트 컴파운드는 액체가 너무 묽은 느낌이 있고 뚜껑을 열고 부었을 때 그 주변에 액체가 잘 샜다. 용기 특성상 그런 것 같아 보이긴 했는데 흐른 액체를 계속 닦아줘야 했기 때문에 쓰는데 불편함이 있었다. 만약 다이소에서 컴파운드를 구입한다면 이 제품보다는 튜브형의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게 더 나아보인다.

 

흠집난 부분은 아무래도 자동차붓펜이 필요해보였다. 사실 이번에 파손된 부위 중 도장이 벗겨지고 철판이 보인 부분이 가장 신경이 쓰였다. 부위가 크지는 않았지만 철판이 노출되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녹슬 것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건 처음에 잘 처리를 해야겠다고 느꼈고, 자동차붓펜을 파는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완도는 군이여서 하나로마트 외에 큰 마트는 별로 없었고 그곳들도 자동차붓펜은 팔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위쪽에 있는 해남쪽 마트들도 알아보았는데 그쪽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있는 지역까지 가봐야 하나 생각하다가 먼저 거기에 재고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찾아보니 인터넷 상으로 나오는 재고는 없어 보였다.

 

그러다 지나가다가 본 세차장에서 자동차용품도 팔고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세차장에 연락을 해봤다. 자동차용품을 취급하는 세차장도 있기는 했으나 자동차붓펜을 파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한 세차장에서 완도 시내 근처에 자동차 부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있을 수 있다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한가닥 희망을 갖고 찾아보니 그런 부품점이 있었고, 그곳에 연락해보니 찾고 있던 색상의 자동차붓펜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곧장 그곳으로 가서 자동차붓펜을 확인하고 구입을 했다. 11000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걸 통해 흠집을 잘 처리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해볼만하다고 여겨졌다.

> 자동차붓펜 보러가기

 

자동차붓펜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붓펜을 꺼내 흠집이 난 부분에 칠을 해 보았다. 자동차붓펜에는 칠할 수 있는 부분이 펜과 붓 이렇게 두 형태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붓으로는 범위가 넓게 칠해져서 처음에 좀 사용해보니 흠집이 나지 않는 부위까지 많이 칠해졌다. 그래서 다시 칠하려고 닦아냈다.

 

그런데 그렇게 닦아내니 흠집이 난 부분 중 철판이 벗겨지지 않았던 조그만 부위가 좀 더 갈라지면서 커진 게 아닌가. 붓펜으로 칠했다가 닦아낼 때 잘못하면 오히려 파손 부위가 커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적당히 닦아낸 후 이번에는 펜을 이용해서 흠집부분을 칠해주었다.

 

붓보다는 원하는 부위에 칠해주기는 나았으나 펜에 자꾸 액체가 금방 맺혔다. 조금만 칠하고 싶은데 많은 양이 계속 나와 조절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완벽하게 파손된 부위만 칠하려 하려하기보다 어느정도 허용범위를 정해 액체가 흠집부위를 덮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칠해놓고 시간이 지나니 액체가 마르면서 볼록 튀어나왔던 부위도 어느정도 들어가고 언뜻 보았을 때 크게 티가 나진 않게 되었다.

 

자동차-접촉으로-흠집-난-부위

 

일단은 그정도로 마무리하기로 하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오전 10시 좀 넘어 완도에 도착을 했는데, 작업을 마치고 나니 오후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흠집이 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고, 또 필요한 물품을 찾고 수소문하고 구입해서 처리하는데 반나절 이상을 쓴 것이다. 거기에 체력도 소모하고 생각지 못한 돈까지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렸으나 좋은 경험했다고 여기기로 했다.

 

사고가 아예 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만하기에 다행이기도 했다. 어쩌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것을 그 정도로 막은 것이라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동차에 흠집 같은 파손이 생겼을 때 어떤 제품으로 어떻게 처리하면 되는지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또 하나 다행이었던 것은 파손된 부위를 처리하는 동안에 비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비가 왔으면 그야말로 낭패였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파손된 부위를 문제 없이 칠하고 말릴 수 있었다.

 

비는 저녁부터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는데, 비가 그쳤을 때 잠깐 살펴보니 칠한 부분에 지장은 없어 보였다. 나중에 날이 좋을 때 칠한 부분과 그 주위에 얼룩이 남은 부분은 다시 한번 컴파운드와 자동차붓펜으로 작업할 예정이다.

 

차를 가지고 육지에 올라오자마자 생각지 못한 자동차 접촉으로 인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비용까지 지불하게 됐지만 기왕 일어난 것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에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육지로 올라왔으니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제서야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장마가 끝나지 않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면서 지내보도록 하자.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